부부간의 인연법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도 결혼해 살고 있는 부부가 있었습니다.
결혼 전 아내는 좋은 집안에서 자랐고 학력도 높은편입니다. 그러나 남편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겨우 학교를 졸업하고 막노동으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우연히 알게 된 그런 남자를 불쌍하고 안타깝다고 여겨 연민의 정을 느꼈는데, 그 연민이 그 남자의 인생을 돕고 싶다는 책임감으로까지 발전했습니다.
자신의 선택을 확신하게 된 그녀는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결혼까지 했는데, 막상 결혼하고서 그녀가 겪게 된 괴로움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시댁이었습다. 병석의 시아버지, 노름과 술주정을 일삼은 시어머니, 그리고 가난한 시누이들의 끊임없는 돈타령에 그녀는 심한 고통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과거 생을 살펴보니 현생의 아내는 남편에게 진 인연의 빚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고려 말, 멸문지화를 당했던 어느 귀족가문의 여식이었습니다. 집안이 화를 당할 때 머슴이던 현생의 남편이 주인댁 딸을 구해내 깊은 산속에서 숨어 살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리고 산에서 약초나 나무를 해다 팔아서 번 돈으로 먹여 살렸습니다, 그때 생은 아내에게는 비참한 시간이었지만, 머슴의 그 순수하고 지극한 마음은 큰 공덕이 되었고, 그 공덕으로 현생에서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다른 여러 생에서 살생의 인과라는 부정적 카르마를 많이 지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아내는 자신이 받았던 도움을 갚기 위해 현생에서 남편과 인연을 맺었지만, 아내는 이 남자와 결혼함으로써 남편이 감당해야 할 카르마적 부채까지 함께 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것은 과거 생에 남편에게 받았던 은혜를 남편이 가장 힘든 삶의 시간을 보낼 때, 가까운 자리에서 도움으로써 갚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부의 인연에서 나타난 흥미로운 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이 내담자의 사례처럼 현생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과거 생에서 부부의 신분 차이가 컸을 경우에는, 서로 사랑해서 부부로 만났어도 과거 생에서 높은 신분에 있었던 쪽이 다른 배우자를 진심으로 존중하지 않거나 무시하는 일이 종종 발견됩니다.